22 그들이 마음을 즐겁게 할 때에
그 성읍의 불량배들이 그 집을 에워싸고 문을 두들기며 집 주인 노인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 집에 들어온 사람을 끌어내라 우리가 그와 관계하리라 하니
23 집 주인 그 사람이 그들에게로 나와서 이르되 아니라 내 형제들아 청하노니
이같은 악행을 저지르지 말라 이 사람이 내 집에 들어왔으니 이런 망령된 일을 행하지 말라
24 보라 여기 내 처녀 딸과 이 사람의 첩이 있은즉 내가 그들을 끌어내리니
너희가 그들을 욕보이든지 너희 눈에 좋은 대로 행하되 오직 이 사람에게는 이런 망령된 일을 행하지 말라 하나
25 무리가 듣지 아니하므로 그 사람이 자기 첩을 붙잡아 그들에게 밖으로 끌어내매
그들이 그 여자와 관계하였고 밤새도록 그 여자를 능욕하다가 새벽 미명에 놓은지라
26 동틀 때에 여인이 자기의 주인이 있는 그 사람의 집 문에 이르러 엎드러져 밝기까지 거기 엎드러져 있더라
27 그의 주인이 일찍이 일어나 집 문을 열고 떠나고자 하더니 그 여인이 집 문에 엎드러져 있고
그의 두 손이 문지방에 있는 것을 보고
28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라 우리가 떠나가자 하나 아무 대답이 없는지라 이에 그의 시체를 나귀에 싣고 행하여 자기 곳에 돌아가서
29 그 집에 이르러서는 칼을 가지고 자기 첩의 시체를 거두어 그 마디를 찍어 열두 덩이에 나누고
그것을 이스라엘 사방에 두루 보내매
30 그것을 보는 자가 다 이르되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아니하였고 보지도 못하였도다 이 일을 생각하고 상의한 후에 말하자 하니라
참된 빛과 회복의 십자가를 바라보라
어제 우리는 차디찬 무관심이 지배하던 기브아의 밤거리에서
나그네를 영접하여 따뜻한 샬롬을 건넸던 한 노인의 귀한 환대를 묵상했습니다.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작은 안식처를 발견한 듯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본문은 사사기 전체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처참한 어둠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겉으로는 언약 백성의 외형을 지니고 있었으나,
내면은 소돔과 고모라보다 더 참혹하게 썩어 문드러진 이스라엘의 영적 민낯이 적나라하게 폭로됩니다.
세상의 거친 불의와 깊은 상처로 인해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채 신음하는 성도님이 계시다면,
인간의 가장 흉악한 절망의 자리까지 친히 찾아오셔서
우리를 대신해 찢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가 오늘 심령 깊은 곳을 비추는 구원의 빛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본문 들여다보기 (사사기 19:22-30)
1. 기브아의 불량배들과 소돔의 재현 (22-24절)
- 핵심 단어/구절: 그들이 마음을 즐겁게 할 때에 성읍의 불량배들이 집을 에워싸고 문을 두들기며 집주인 노인에게 "네 집에 들어온 사람을 끌어내라 우리가 그와 관계하리라(히브리어: וְנֵדָעֶנּוּ, 베네다엔누 - '우리가 그를 알리라')"고 외칩니다. 노인은 이 망나니짓을 행하지 말라며 대신 자기의 처녀 딸과 레위인의 첩을 내어줄 테니 욕보이라고 제안합니다.
- 의미: '알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야다(יָדַע)는 창세기 19장에서 소돔 사람들이 롯의 집을 둘러싸고 요구했던 동성 간의 성적 폭행을 뜻합니다. 가나안 족속을 몰아내고 거룩한 땅을 이루어야 할 이스라엘 백성, 그것도 베냐민 지파의 심장부인 기브아가 심판받아 멸망한 소돔과 똑같은 집단적 광기와 성적 타락에 빠져버렸음을 고발합니다. 나그네를 보호하려던 노인의 대안 역시 여성과 약자를 성적 방패막이로 희생시키는 왜곡된 가부장적 폭력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2. 비열한 자기보호와 첩의 참혹한 죽음 (25-28절)
- 핵심 단어/구절: 무리가 노인의 말을 듣지 않자, 레위 사람은 자기 첩을 붙잡아 그들에게 밖으로 넘겨주매 그들이 밤새도록 그녀를 능욕하다가 동틀 때에 놓아줍니다. 여인은 새벽에 주인의 집 문에 이르러 엎드러지고, 아침에 레위인이 문을 열고 떠나려다 문지방에 손을 얹은 채 엎드러져 죽어 있는 여인을 봅니다. 그는 "일어나라 우리가 떠나가자"고 말하나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 의미: 거룩한 영적 지도자여야 할 레위인은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사랑을 맹세했던 연약한 아내를 사악한 무리의 손에 잔인하게 내던졌습니다. 문지방을 붙들고 차갑게 식어간 여인의 손은 타락한 종교 지도자의 비정함과 자기중심적 생존 본능의 극치를 상징합니다. 생명을 돌보고 살려야 할 자가 오히려 자기 안위를 위해 약자를 제물로 삼는 비극은,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으신 참된 목자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사랑과 가장 뼈아픈 대조를 이룹니다.
3. 열두 토막으로 잘린 시신과 온 이스라엘을 향한 고발 (29-30절)
- 핵심 단어/구절: 레위인은 첩의 시신을 나귀에 싣고 집으로 돌아와 칼을 들고 그녀의 시신을 열두 덩이로 나누어 이스라엘 온 사방에 보냅니다. 이를 본 백성들은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아니하였고 보지도 못하였도다 이 일을 생각하고 상의한 후에 말하자"며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 의미: 시신을 훼손하여 열두 지파에 보낸 엽기적인 행위는 온 이스라엘의 분노를 격발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레위인은 여인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비겁한 방조와 죄악은 철저히 감춘 채, 기브아 사람들의 불의만을 고발하며 복수의 칼날을 겨눕니다. 참된 회개와 애통이 결여된 채 타인의 죄만을 정죄하는 피비린내 나는 폭력의 확산은, 왕이 없는 시대의 영적 파산이 도달한 궁극적인 파멸의 심연을 보여줍니다.
오늘의 나에게 주시는 말씀
1.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적인 자기보호 본능을 십자가 앞에 못 박으십시오.
레위인은 닥쳐온 위기 앞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연약한 아내를 무자비한 폭도들의 손에 밀어 넣었습니다.
자신의 생명과 안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장 가까운 이의 눈물과 파멸조차 외면하는 것이 타락한 죄성의 본질입니다.
가정에서나 일터에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책임을 회피하고 타인에게 잘못을 전가하며 나만 빠져나가려 하지는 않습니까?
"나만 살면 된다", "내 자존심과 이익이 먼저다"라는
비정한 계산은 공동체를 파괴하고 가장 연약한 지체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리스도인은 나를 살리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자가 아니라,
남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십자가의 사람입니다.
손해 보기 싫어하고 억울함을 참지 못해 타인을 희생양 삼으려 했던 내 안의 비열한 자아를 직시하고 회개하십시오.
스스로의 안위를 지키려는 탐욕의 손을 내려놓고, 주님의 사랑으로 이웃의 짐과 허물을 함께 짊어지는 결단을 내리십시오.
내가 십자가 아래서 죽어질 때 비로소 내 가정과 이웃이 생명을 얻고 살아나는 거룩한 역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2. 세상의 음란하고 왜곡된 죄악의 문화에 휩쓸리지 않도록 영적 순결을 지키십시오.
거룩한 땅에 뿌리내렸어야 할 베냐민 지파의 기브아는 하나님을 버리고 소돔과 똑같은 집단적 음행과 폭력에 물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쾌락과 정욕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며 거룩한 성적 도덕과 생명의 존엄을 짓밟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음란한 유혹과 타락한 성적 가치관에 내 영혼의 감각이 무뎌져 있지는 않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즐기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타락한 시대의 조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할 때 인간은 가장 부끄러운 정욕의 종노릇을 하며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게 됩니다.
세상의 죄악된 문화에 물들지 않도록 날마다 말씀의 전신갑주를 입고 내 눈과 귀, 마음의 생각을 정결하게 파수하십시오.
어두운 밤하늘일수록 순결한 별빛이 더욱 밝게 빛나듯, 거룩함을 지켜내는 성도의 삶이 썩어가는 세상을 정화하는 빛이 됩니다.
오직 주님의 거룩하신 성품을 본받아 음란의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정결한 산 제물로 삶을 드리십시오.
3. 타인의 허물을 정죄하기에 앞서 내 안의 감추어진 죄악을 먼저 회개하십시오.
레위인은 자신의 비겁함과 추악한 방조는 쏙 뺀 채, 여인의 억울한 죽음만을 자극적으로 이용해 온 지파의 분노를 선동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내 눈 속에 있는 거대한 들보는 보지 못한 채,
형제의 눈 속에 있는 작은 티를 지적하며 정죄합니까? 타인의 잘못과 실수를 비판하며 공의를 부르짖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내 잘못을 은폐하려는 교활한 위선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거룩한 분노라는 명분 뒤에 숨어 상대방을 난도질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하는 혈기일 뿐입니다.
참된 영적 회복은 남을 향해 정죄의 손가락질을 멈추고, 나 자신의 썩은 내면을 향해 통회의 눈물을 흘릴 때 찾아옵니다.
비난과 복수의 칼을 거두고, 먼저 내 안의 은밀한 죄와 타협의 찌꺼기들을 주님의 십자가 제단 위에 솔직하게 올려놓으십시오.
스스로 의인인 척하는 교만을 깨뜨리고 상하고 통회하는 가난한 심령으로 주님의 자비를 구할 때 치유가 시작됩니다.
남의 죄를 심판하는 재판관의 자리에서 내려와, 십자가의 긍휼을 힘입어 용서와 화평을 이루어가는 평화의 도구가 되십시오.
함께 드리는 기도
지극히 거룩하시며 모든 어둠을 밝히시는 공의의 하나님 아버지,
사사 시대 기브아의 참혹한 비극 속에서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잔인하고 추악할 수 있는지를 떨림으로 목도합니다. 내 안위를 지키기 위해 연약한 이웃을 희생시키고, 세상의 음란한 풍조에 편승하며,
내 안의 죄는 덮어둔 채 타인을 정죄하기에 바빴던 우리의 부끄러운 실상을 눈물로 자복하오니 용서하여 주옵소서.
주님, 비정한 레위인처럼 위기 앞에서 등을 돌리는 자가 되지 않게 하시고,
십자가에서 찢기심으로 우리를 죽음의 올무에서 건져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사랑을 본받게 하옵소서.
문지방을 붙든 채 차갑게 버려진 여인의 눈물과 고통을 아시는 주님,
오늘날 세상의 폭력과 불의 앞에서 상처 입고 신음하는 연약한 이웃들을 긍휼히 여겨 주시고,
우리를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자비의 통로로 사용하여 주옵소서.
정죄와 분노의 칼을 휘두르기 전에 내 안의 들보를 먼저 보게 하시고,
십자가의 보혈로 우리 심령과 가정, 이 땅의 무너진 거룩함을 다시 회복시켜 주옵소서.
우리를 흑암의 깊은 수렁에서 건져내사 영원한 생명의 빛으로 인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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