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를 보고 난 아들이 천둥의 신 토르에게 푹 빠져서 다음 순서로 '토르: 다크 월드'를 틀어주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른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좀 갈리는 영화라 걱정했는데, 아들은 물론이고 저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봤습니다. 오늘은 아스가르드와 지구를 넘나드는 화려한 액션과 함께, 한 남자의 성장과 콩가루(?) 집안의 속사정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던 '토르: 다-크 월드'의 매력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줄거리
얼마 전 주말, 아들과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토르: 다크 월드'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사실 이 영화, 마블 팬들 사이에서는 "재미없는 영화", "굳이 안 봐도 되는 영화"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저 역시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영화는 '에테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나중에 알고 보니 인피니티 스톤 중 하나였죠)를 손에 넣어 온 우주를 암흑으로 만들려는 고대의 악당, '말레키스'가 깨어나면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토르의 연인인 제인 포스터가 이 '에테르'를 우연히 흡수해 버리면서 일이 커집니다. 결국 우리의 주인공 토르는 사랑하는 여인도 지키고, 고향인 아스가르드도 지켜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솔직히 말해 '토르: 다크 월드'의 이야기가 아주 새롭거나 기발하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의 틀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애증의 형제, 토르와 로키의 관계입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감옥에 갇힌 동생 로키에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해야 하는 토르입니다. 그리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로키. 이 둘이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로키가 보여주는 선택은 "역시 로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듭니다. '토르: 다크 월드'는 어쩌면 화려한 액션이나 거대한 스케일보다는, 가족과 사랑, 그리고 형제애라는 조금 더 소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빠, 근데 진짜 토르 2편은 왜 재미없다고 하는 거야?"라는 아들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글쎄, 아빠가 보기엔 로키가 제일 재미있는 영화인데?" 하고 말입니다. 혹시 저처럼 이 영화를 건너뛰셨거나, 재미없다는 평 때문에 망설이셨던 분이 있다면 '토르와 로키의 형제 케미'에 집중해서 한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등장인물과 배우
사실 '토르: 다크 월드'는 줄거리보다 캐릭터 보는 맛으로 즐기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얼굴들이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따라가다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 1편에서 망나니 같던 철부지가 이제 제법 왕자다운 풍모를 갖췄습니다. 망치 하나 믿고 다 때려 부수던 모습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연인과 고향 아스가르드를 지키기 위해 고뇌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생 로키 문제만 나오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는 걸 보면, 아직은 팔불출 형이구나 싶어 웃음이 나옵니다.
- 로키 (톰 히들스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의 대표 주자입니다. 형을 향한 애정과 질투, 배신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데, 그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연기는 정말 최고입니다. 등장만 했다 하면 분위기를 순식간에 자기 것으로 만드는 엄청난 매력을 가졌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토르보다 로키를 응원하며 보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 제인 포스터 (나탈리 포트만): 똑똑한 과학자이지만 하필이면 우주급 빌런의 무기를 흡수하는 바람에 졸지에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 됩니다. 토르에게는 지켜야 할 연인이자 가장 큰 약점이 되는, 전형적인 히로인의 역할에 머무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캐릭터입니다.
- 오딘 (앤서니 홉킨스): 아스가르드의 왕이자 엄격한 아버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카리스마를 가졌지만, 두 아들 문제 앞에서는 그 역시 흔들리는 아버지일 뿐입니다. 특히 로키를 향한 그의 차가운 모습은 이들 가족의 비극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 프리가 (레네 루소):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입니다. 엇나가는 아들 로키까지 따뜻하게 감싸 안는 진정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합니다. 그녀의 죽음이 토르와 로키가 잠시나마 손을 잡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 참 씁쓸했습니다.
- 말레키스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 음... 그리고 이 영화의 공식적인 악당입니다. 우주를 어둠으로 물들이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가졌지만, 솔직히 말해 로키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기억에 잘 남지 않는 빌런이었습니다. 그냥 '토르와 로키가 힘을 합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 인물'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토르: 다크 월드'를 그저 그런 마블 영화 중 하나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이 영화는 '토르'라는 한 남자의 성장기, 그리고 콩가루 같던 한 가족의 드라마를 아주 진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1편에서 아빠(오딘) 말 안 듣고 전쟁을 일으키려던 철부지 토르를 기억하십니까? 이 영화에서 토르는 더 이상 아빠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아들이 아닙니다. 때로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자신의 신념과 백성을 지키려는 '리더'의 모습으로 성장하죠.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 그런지, 신들의 이야기임에도 괜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재미를 논할 때 '로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형을 돕는 건지, 뒤통수를 칠 건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특히 토르와 로키, 두 형제가 마지못해 손을 잡고 함께 싸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유일하게 서로를 이해하는 두 형제의 모습은 단순한 영웅과 악당의 관계를 넘어 짠한 감정마저 느끼게 합니다. 물론 악당 '말레키스'의 존재감이 조금 약하다는 평가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변덕스럽고 입체적인 로키의 매력이 더욱 살아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토르: 다크 월드'는 화려한 액션 속에 신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녹여낸, 꽤 깊이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마블의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토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영화는 절대 건너뛰어서는 안 될 중요한 퍼즐 조각입니다. "재미없다"는 편견은 잠시 내려놓고, 애증의 두 형제가 펼치는 매력적인 드라마에 한번 빠져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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