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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랑받는 천만 영화 (국제시장, 광해, 태극기 휘날리며)

by 보통날의 발견 2025. 8. 5.

시간이 지나도 기억나고, 문득 떠올라 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으십니까? 저에게는 '국제시장', '광해'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렇습니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천만 관객입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이 영화들은 개봉 당시에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봐도 그 감동은 여전합니다. 아니, 오히려 제 나이와 경험이 더해질수록 또 다른 감동과 느낌을 받습니다. 요즘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로스나 티빙 등 OTT 플랫폼이 다양하지만, 당시 영화관에서 이 세 편의 영화를 본 제 마음에는 '국민 영화'라는 타이틀이 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명작'으로 불리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람'과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시장 영화 포스터
국제시장

국제시장: 가족을 위한 희생의 역사

이 영화는 2014년에 개봉했습니다. 당시,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영화입니다. 총 관객 수는 약 1,425만 명으로 흥행뿐만 아니라 사회적 반향도 크게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한 인물의 삶을 통해 그려냈습니다. 최근에 다시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사실, 처음 포스터만 봤을 땐 '우리 부모님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파독 광부, 간호사, 베트남 전쟁 같은 소재가 너무 무겁고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으며,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일생을 통해 전후 세대의 헌신과 희생을 그려냈습니다. 이 주인공 '덕수'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이건 그냥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아빠의 청춘',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겪어낸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독일 탄광 막장에서 목숨을 걸고, 전쟁터 한복판을 누빈 세대를 보며 '아, 우리 아빠도 저런 시절을 보내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이렇게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여 마치 '내 아들딸들은 나처럼 살면 안 돼!'라는 생각 하나로 버티는 덕수의 삶에서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보는 듯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우들인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등의 뛰어난 연기도 몰입을 더했습니다. 요즘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요즘 시대에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산 덕수의 모습을 보며 잊고 있던 '가족'의 의미와 나를 위해 모든 걸 바친 부모님의 삶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듭니다. '국제시장'은 10년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다시 한번, 부모의 희생과 가족 사랑을 보여주는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광해: 권력과 양심의 대립

"사극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내려놓게 한 영화입니다. 당시, 누적 관객 수는 약 1,232만 명으로, 시대극으로는 보기 드문 흥행을 거뒀습니다. 바로 2012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이 영화는 조선 시대 실존 인물인 광해군과 그와 닮은 광대를 주인공으로 한 정치 사극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왕 '광해'가 갑자기 쓰러지자, 그와 쌍둥이처럼 닮은 광대 '하선'을 데려와 왕의 대역을 시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벌벌 떨면서 시키는 대로만 하던 하선이, 점점 백성들의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진짜 왕'이 되어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짜릿한 포인트는 하선이 신분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아니, 그게 왜 안 되는 것이오?", "굶주리는 백성이 먼저 아니요!"라며 상식적인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이 질문은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현실 정치에서 보고 싶었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니 '관객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류승룡, 장광, 김인권 등 모든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지만, 이병헌은 1인 2역을 맡아 권력자와 평민의 시선을 모두 표현하며, 섬세한 감정 연기로 진짜 왕 광해와 어딘가 허술하지만 따뜻한 가짜 왕 하선을 오가는 연기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10년이 지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세련된 연출과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로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감동은 여전합니다. 혹시 볼만한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광해, 왕이 된 남자' 어떠십니까? 

태극기 휘날리며: 형제의 비극을 통해 본 전쟁

한국 전쟁 영화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입니다. 여러분은 살면서 극장에서 펑펑 울어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저는 2004년 이 영화를 보면서 옆에 저를 볼까 봐, 몰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두 형제의 시선을 통해 다룬 이 작품은, 당시 약 1,17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그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그 속의 감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전쟁터에 끌려간 두 형제,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비극입니다. 오직 동생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광기 어린 전쟁 영웅이 되어가는 형과, 그런 형의 모습에서 두려움과 원망을 느끼는 동생입니다. 서로를 위한 순수한 마음이 어떻게 오해와 비극으로 치닫는지, 영화는 두 사람의 감정선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관객으로서 몰입하게 해 줍니다. 이는 단순한 전쟁 묘사를 넘어, 이념 앞에서 인간성과 가족애가 어떻게 찢기는지를 절절하게 표현합니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듯한 장동건, 원빈 두 배우의 열연은 정말 압권입니다. 당시 영화를 제작하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전투 장면의 리얼리티는 저의 숨을 멎게 했습니다. 결국 이념이 무엇이기에 형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 하는지, 전쟁의 무의미함을 제 자신에게 강렬하게 묻습니다. 이 영화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전쟁 영화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결론

'태극기 휘날리며', '광해', '국제시장'. 전쟁 통의 형제, 왕의 자리를 대신한 광대,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우리네 아버지까지. 시대도, 주인공도 다르지만 결국 이 영화들이 가리키는 곳은 한 곳이었습니다. 바로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들은 다시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려오면서도 왠지 모를 위로를 받습니다. 어쩌면 스크린 속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혹은 미처 몰랐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아픔과 진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녁, 잠시 시간을 내어 화려한 신작 대신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추억의 명작 한 편을 다시 꺼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