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다들 편안히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이럴 때면 주말에 볼 영화를 미리 찜해두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한 주를 버티곤 합니다. 찜통더위를 싹 잊게 해 줄 시원한 영화 한 편만큼 확실한 '소확행'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질, 각기 다른 맛의 '믿고 보는' 영화 세 편을 준비했습니다. 유쾌한 웃음이 필요할 땐 '공조', 달달한 낭만이 그리울 땐 '미녀와 야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고 싶을 땐 '범죄도시'.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이 영화들이 왜 여름에 보면 더 매력적인지, 아래와 같이 한 번 작성해 보겠습니다.
공조 – 숨 막히는 액션과 브로맨스의 향연
2017년 설 연휴, 극장가를 유쾌하게 휩쓸었던 영화 한 편이 있었습니다. '남북 형사의 비공식 합동 수사'라는, 어찌 보면 조금은 뻔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만들었던 영화. 바로 '공조'입니다. 여름휴가철이 한창인 지금,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머리 아픈 거 딱 질색이고, 그냥 시원한 곳에서 맘껏 웃고 즐기고 싶을 때 '공조'만 한 선택이 또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위조지폐 동판을 들고 남으로 숨어든 상사를 쫓아온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그리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명을 받은 생계형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절대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자가 한 팀이 되어 범인을 쫓는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나 액션보다도, 바로 현빈과 유해진이라는 두 배우의 '케미'에 있습니다. 조각 같은 얼굴로 나타나 무표정하게 임무만 생각하는 림철령과, 어떻게든 그에게서 정보를 빼내고 자기 실적도 챙겨보려는 강진태의 '짠내 나는' 모습은 시종일관 폭소를 유발합니다. 특히 "우리 집에선 내가 인민의 적이야!"라며 하소연하는 강진태의 모습은, 이 시대 모든 평범한 가장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웃프기까지 합니다. 물론 액션도 훌륭합니다.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한 타격 장면이나, 고가도로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자동차 추격전은 한여름의 더위만큼이나 뜨겁습니다. 하지만 이런 화끈한 액션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전혀 다른 두 남자가 티격태격하다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동지'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결국 '공조'는 '관계'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념과 환경은 달라도,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동료를 위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무더위에 지쳐 시원한 웃음이 필요하십니까? 그렇다면 현빈의 비주얼과 유해진의 입담이 완벽한 '공조'를 이룬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아마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이 조합,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실 겁니다.
미녀와 야수 – 환상적인 로맨스와 음악의 향연
수요일 밤, 창밖은 여전히 후덥지근합니다. 이런 날이면 으레 시원하게 터지는 액션 영화가 끌릴 법도 한데, 오늘은 웬일인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2017년에 개봉했던, 디즈니의 실사 영화 '미녀와 야수'입니다. "웬 아저씨가 '미녀와 야수'냐"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애들이나 보는 거 아냐?' 하고 큰 기대를 안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릴 적 비디오테이프로 닳고 닳도록 봤던 그 노란 드레스의 벨과 무서운 야수의 이야기는, 실사 영화라는 마법의 옷을 입고 제게 완전히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단연코 '추억'과 '비주얼'입니다. 영리하고 당찬 아가씨 '벨'로 변신한 엠마 왓슨의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서 튀어나온 듯 완벽했습니다. 그리고 주전자 아줌마, 촛대 아저씨처럼 생명을 얻은 성 안의 감초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동심을 다시 꺼내주는 것 같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무도회 장면은 정말이지, 입을 떡 벌리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성 안에서, 금빛 드레스를 입은 벨과 야수가 'Beauty and the Beast'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황홀경입니다. "아, 이래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압도적인 비주얼이었습니다. 한여름에 이 영화를 보는 건, 마치 무더위를 피해 서늘하고 신비로운 유럽의 고성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을 줍니다. 팍팍한 현실의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동화 같은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에 온전히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결국 '미녀와 야수'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라는, 우리가 이미 잘 아는 교훈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이 이야기는,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는 단순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줍니다. 혹시 일상에 지쳐 잠시 동화 같은 판타지 속으로 떠나고 싶으시다면, '미녀와 야수'의 성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마 영화가 끝날 때쯤엔, 잊고 있던 낭만과 설렘이 마음속에 다시 피어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범죄도시 – 통쾌한 액션과 카리스마 넘치는 주연
여름이 끝나갈 때쯤,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은 이제 시원합니다. 바람처럼, 시원한 '사이다' 한 방! 그리고 2017년, 대한민국 극장가에 그 어떤 탄산음료보다도 짜릿한 사이다를 선사한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범죄도시'입니다. "어, 아직 싱글이야." 나쁜 놈은 그냥 아주 아작을 내버리는, 자비 없는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복잡한 두뇌 싸움이나 고뇌하는 주인공 따위는 없습니다. 오로지 '나쁜 놈은 맞아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리고 마동석 배우 특유의 우람한 팔뚝에서 터져 나오는 원펀치 액션은, 보는 것만으로도 지난 한 주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립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은 바로 '악역'입니다. "니 내 누군지 아니?"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하얼빈에서 넘어온 신흥 범죄조직의 보스 장첸(윤계상). 인정사정없는 잔혹함과 날 것 그대로의 살기로 무장한 그의 모습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까지 서늘한 공포를 선사했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악당이 있었기에, 그를 때려잡는 마석도의 '참 교육'이 더욱 짜릿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범죄도시'가 여름에 보기 딱 좋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사건 전개와 시원시원한 액션이, 푹푹 찌는 한여름의 불쾌지수를 단숨에 날려버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극 중 형사들과 범죄조직이 펼치는 치열한 기싸움과 날 것 그대로의 대사들은, 마치 잘 만든 액션 영화와 스릴러 한 편을 동시에 보는 듯한 쫄깃한 재미를 줍니다. 물론 영화는 단순한 오락에 그치지 않습니다. 2004년 실제 있었던 '왕건이파' 사건을 바탕으로, 당시 강력반 형사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시민의 안전을 지켜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혹시 요즘 답답한 일 때문에 속이 꽉 막힌 기분이 드신다면, 이번 주말 '범죄도시'와 함께 시원하게 '사이다' 한 잔 들이켜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진실의 방으로" 향하는 마석도의 주먹 한 방에, 여러분의 스트레스도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겁니다.
결론
이렇게 '공조'부터 '미녀와 야수', 그리고 '범죄도시'까지. 제가 아끼는 영화 세 편의 수다를 떨어봤습니다. 창밖을 보니 어느덧 수요일 밤도 깊어갑니다. 유쾌한 브로맨스로 실컷 웃고 싶을 때, 팍팍한 현실을 잊게 해 줄 동화가 필요할 때, 혹은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줄 시원한 한 방이 필요할 때입니다.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이 영화들은 모두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언제 꺼내 봐도 실패 없는, '믿고 보는' 영화들입니다. 이번 주말, 여러분의 기분을 책임져 줄 영화 한 편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