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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추천 영화 3선(킹스맨, 히말라야, 밀정)

by 보통날의 발견 2025. 8. 13.

8월 중순, 야속하게도 폭염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복잡한 휴가지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즐기는 영화 한 편이 최고의 피서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더위를 잊게 해주는 '피서 영화' 세 편을 준비했습니다. 유쾌한 액션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가슴 벅찬 감동과 시원한 설경을 동시에 안겨줄 '히말라야', 그리고 등골 서늘한 긴장감을 선사할 '밀정'까지. 여러분의 취향은 어느 쪽이십니까? 지금부터 저와 함께 취향 따라 골라 떠나는 시원한 영화 피서, 한번 시작해 보시겠습니다.

킹스맨 영화 포스터
킹스맨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세련된 첩보 액션의 쾌감

아저씨들의 로망 중 하나가 무엇입니까? 아마 근사하게 잘 빠진 맞춤 정장 한 벌 맞춰 입는 것, 다들 한 번쯤은 꿈꿔보셨을 겁니다. 2015년 초, 바로 그 '슈트발'이 얼마나 멋지고 강력한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혜성처럼 나타났습니다. 바로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입니다. 그전까지 '첩보 영화' 하면 딱딱한 격식의 007 시리즈를 떠올렸던 제게, '킹스맨'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뒷골목 루저였던 주인공 에그시가 전설적인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를 만나 '킹스맨'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시종일관 B급 감성과 A급 스타일을 넘나들며 제정신을 쏙 빼놓았습니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젠틀한 영국 신사 콜린 퍼스가 나지막이 읊조린 이 대사는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한없이 고상하고 품격 있는 척하다가도,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펍 안의 껄렁한 녀석들을 우산 하나로 초토화시키는 장면! 이 앞뒤가 다른 엄청난 '똘끼'와 '간지'의 조화가 바로 '킹스맨'의 핵심 매력이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전설의 '교회 시퀀스'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록 음악 'Free Bird'에 맞춰 펼쳐지는, 그야말로 광란의 원테이크 액션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입니다. 잔인한데 이상하게 스타일리시하고, 정신없는데 감탄하게 되는... 아마 당시 극장에서 보신 분들이라면 그 충격과 희열을 잊지 못하실 겁니다. '킹스맨'이 여름에 보기 딱 좋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 쉴 새 없이 터지는 유머, 그리고 눈과 귀를 사로잡는 기발한 액션이 한여름의 무더위와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렸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저도 옷장 속 낡은 정장을 한번 꺼내 입고 싶어 집니다. 비록 최첨단 기능이 달린 우산은 없을지라도, 쫙 빼입은 슈트가 주는 자신감만은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 잊고, 유쾌하고 스타일리시한 첩보의 세계에 흠뻑 빠져보고 싶으시다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만 한 선택이 또 없을 겁니다.

히말라야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과 울림

2015년 겨울, 대한민국은 한 산악인의 뜨거운 우정에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로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석훈 감독의 영화 '히말라야' 때문이었습니다. 개봉은 겨울이었지만, 저는 이 영화가 푹푹 찌는 한여름에 봐야 제격이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온몸을 감싸는 듯한 새하얀 설경이 시각적인 시원함을 주는 동시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는 이열치열처럼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히말라야'는 단순히 '산 정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기다림'과 '지켜줌'에 대한 묵직한 기록에 가깝습니다. 산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후배 대원 박무택(정우). 그가 생을 마감한 히말라야의 차가운 눈 속에 잠들어 있는 동료를 데려오기 위해, 엄홍길 대장(황정민)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휴먼 원정대'를 꾸립니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른다"는 말은 많지만, "거기에 사람이 있으니까 간다"며 다시 목숨을 걸고 죽음의 땅으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은, 등반의 의미를 넘어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돈도, 명예도 아닌 오직 '동료를 데려오겠다'는 그 순수한 약속 하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거는 사람들입니다. 황정민 배우의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연기와, 정우 배우의 순수한 열정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케미는 영화의 가장 큰 힘입니다. 까칠하면서도 속정 깊은 선배와, 그런 선배를 무작정 따르는 후배의 모습은, 비단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별이 더 아프고, 그들을 향한 기다림이 더 간절하게 느껴졌습니다. 거대한 대자연의 위용 앞에 한없이 작은 인간. 하지만 그 작은 인간들이 서로에게 보여주는 믿음과 헌신은 그 어떤 산보다도 위대하다는 것을, 영화는 묵묵히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 한편이 뜨끈해지는 감동과 함께, 마치 스크린을 넘어 히말라야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현실에 치여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면, 혹은 가슴 뜨거운 무언가가 그립다면, 올여름 '히말라야'의 휴먼 원정대와 함께 떠나보시는 건 어떨 것 같습니까?

밀정 – 치밀한 첩보와 시대극의 매혹

푹푹 찌는 여름날,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 영화도 좋지만, 저는 때로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더위를 잊게 만드는 '잘 빠진' 첩보 영화를 찾곤 합니다. 그리고 2016년,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바로 그런 서늘한 쾌감을 제게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밀정'은 1920년대, 우리가 가장 아팠던 시절인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화면에는 그 시대의 어둡고 축축한 공기가 가득합니다. 조선인이지만 일제의 경찰 간부가 된 이정출(송강호)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공유).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위태로운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이고, 우리는 그 실패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밀정'의 진짜 재미는 총격전이나 화려한 액션이 아닙니다. 서로의 정체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떠보는 두 남자의 팽팽한 심리전이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이정출은 과연 적인가, 동지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이 질문을 손에 땀을 쥔 채 따라가게 됩니다. 특히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시퀀스는 그 긴장감의 절정입니다. 한정된 공간, 언제 누가 밀정이 되어 나를 덮칠지 모르는 상황. 그 속에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려는 인물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숨을 죽이게 만듭니다. 이 영화가 여름에 보기 좋은 이유는 바로 이 밀도 높은 서늘함 때문입니다. 화려하게 터지는 액션이 주는 시원함과는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느끼는 서스펜스는 마치 차가운 얼음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단순히 '재미있었다'는 감상보다는 묵직한 여운이 남습니다.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희생과, 시대의 경계선 위에서 고뇌해야 했던 한 인간의 선택. 역사와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듭니다. 올여름, 에어컨 바람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서늘함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영화 '밀정'과 함께 그 시절 경성의 밤거리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 것 같습니까?

결론

이렇게 '킹스맨'부터 '히말라야', 그리고 '밀정'까지, 여름 더위를 식히는 각양각색의 방법을 이야기해 봤습니다. 머리를 텅 비우게 만드는 유쾌한 스타일리시 액션, 눈은 시원하지만 가슴은 뜨거워지는 감동의 대자연, 그리고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팽팽한 긴장감까지. 결국 좋은 영화 한 편은, 팍팍한 일상을 잠시 잊게 해주는 최고의 피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2025년의 여름도 어느덧 절반을 향해 가고 있네요. 오늘, 여러분의 기분에는 어떤 '피서 영화'가 끌리십니까? 어떤 영화를 선택하시든, 찌는 듯한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줄 시원한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