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2011년의 뜨거웠던 여름, 기억하시나요? 유난히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그보다 더 뜨겁게 극장가를 달군 세 편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찬란한 추억 여행으로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써니', 압도적인 스케일로 정신을 쏙 빼놓았던 '트랜스포머 3', 그리고 심장이 멎을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던 '최종병기 활'까지. 장르도, 국적도, 매력도 모두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이 영화들은 모두 그 해 여름을 책임졌던 '트로이카'처럼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시절, 더위를 피해 들어간 시원한 극장에서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 세 편의 영화에 대한 수다를 한번 떨어볼까 합니다.
써니: 청춘의 뜨거운 여름을 소환하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에어컨 빵빵한 극장에서 더위를 피하던 2011년의 어느 날, 저를 1980년대 그 뜨거웠던 여름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았던 영화, 바로 강형철 감독의 '써니'입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까맣게 잊고 지냈던 옛 친구의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습니까? 영화는 바로 그런, 어른이 된 나미(유호정)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 춘화(진희경)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춘화의 마지막 소원, "다시 한번 '써니' 멤버들을 모아줘"라는 부탁과 함께, 우리의 기억 저편에 잠들어 있던 여고 시절의 찬란한 여름이 스크린 위에 펼쳐집니다. '써니'가 대단한 건, 1980년대 그 시절의 디테일을 기가 막히게 살려냈다는 점입니다. 큼지막한 카세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Boney M의 'Sunny',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메이커' 운동화, 풀 먹여 빳빳하게 다려 입던 교복까지. 화면 구석구석을 채운 소품 하나하나가 "맞아, 저땐 저랬지!"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특히 영화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참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쨍한 햇살이 쏟아지던 교정,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뛰놀던 운동장, 매미 소리가 가득하던 방학. 그 시절 여름의 공기와 냄새마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한 장면들은, 저의 학창 시절 여름방학의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반짝이는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학교 패거리와의 서툰 욕설이 오가던 신경전, 풋풋했지만 가슴 아팠던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친구들과의 피치 못할 오해와 이별까지. 영화는 빛나던 시절의 그림자마저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안습니다. '써니'는 단순히 여자들의 우정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제게는 '그 시절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성별은 달라도, 함께 모여 낄낄대고, 별것 아닌 일에 목숨 걸고,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써니' 멤버들 위에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설 때,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열어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옛 친구의 번호를 찾아보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례식장에서 재회한 '써니' 멤버들이 어설프게 춤을 추는 장면처럼, 세월에 무뎌지고 주름이 늘었을지언정, 마음속에는 여전히 태양처럼 뜨거웠던 그 시절의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영화입니다. 올여름, 무더위에 지칠 때쯤 다시 한번 '써니'를 꺼내보시는 건 어떨 것 같습니까? 아마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후에도, 마음 한구석이 오랫동안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찰 겁니다.
트랜스포머 3: 블록버스터의 한여름 스펙터클
8월, 푹푹 찌는 한여름이 되면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그 풍경이 떠오릅니다. 이런 날에는 다른 거 없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극장으로 피신해, 머리를 텅 비게 만드는 압도적인 블록버스터 한 편 때리는 게 최고의 피서 아니겠습니까? 2011년 여름, 제게 그런 짜릿한 피서지가 되어주었던 영화가 바로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3'였습니다. 솔직히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면서 심오한 철학이나 치밀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분은 없으실 것입니다. 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눈과 귀가 호강하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입니다. 그리고 '트랜스포머 3'은 그 존재 이유를 역대급으로 증명해 보인 작품이었습니다. "쿵! 쾅!" 거대한 로봇들이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또 그 반대로 변신하며 내지르던 그 육중한 쇳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특히 당시 3D로 관람했을 때의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거대한 로봇의 파편이 스크린을 뚫고 제 눈앞으로 날아드는 듯한 그 느낌! "이게 기술력이구나" 싶어 입이 떡 벌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시카고 도심 전투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고층 빌딩이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리고, 그 사이를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종횡무진 누비며 벌이는 전투는, 한여름의 찜통더위를 단숨에 잊게 만들 만큼 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머리 아픈 현실의 고민 따위는 잠시 내려놓고,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파괴의 미학에 온전히 몸을 맡기게 됩니다. 물론, 샘 윗위키의 지질한 유머나 로봇들 간의 의리 같은 소소한 이야깃거리도 있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여름엔 블록버스터'라는, 우리 모두가 아는 그 공식을 가장 확실하게 충족시켜 준다는 점입니다.
무더위에 지쳐 무기력해질 때, 시원한 콜라 한 잔과 함께 '트랜스포머 3'의 화끈한 액션에 빠져보는 건 어떨 것 같습니까? "역시 여름엔 이런 영화지!"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며, 온몸의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날아가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최종병기 활: 뜨거운 날씨와 맞닿은 긴장감
2011년 8월,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던 그때, 저는 영화관에서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더 심장 쫄깃한 경험을 했습니다. 바로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과 함께였습니다. 병자호란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간 누이를 구하기 위해 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든 신궁 '남이'의 이야기. 어찌 보면 단순한 영웅 서사 같지만, 이 영화는 '활'이라는 무기 하나만으로 전에 없던 긴장감과 속도감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영화의 명대사처럼, '최종병기 활'의 매력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극한의 심리전'에 있습니다. 숨을 죽이고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의 아찔한 정적, 그리고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는 마치 제가 직접 활을 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쉬이익-' 하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적의 심장을 꿰뚫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가 여름에 봐야 제맛인 이유는, 영화 내내 펼쳐지는 숨 가쁜 추격전 때문입니다. 울창한 숲과 갈대밭, 시원한 강가를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의 꿉꿉함을 잊게 만드는 시각적인 쾌감을 줍니다. 등장인물들이 흘리는 구슬땀이, 마치 더위에 지친 우리의 땀방울과 겹쳐지며 스크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총이나 칼이 아닌, 활과 활이 맞부딪히는 전투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습니다. 곡사를 쏘는 만주족의 육량시와 그에 맞서는 남이의 아기살(편전) 대결은,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 지략과 담력의 싸움이었기에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잠시 더위를 잊는 것을 넘어 온몸에 시원한 전율이 남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떠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는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도 뜨겁고 강렬했습니다. 혹시 이번 주말, 무더위를 날려버릴 짜릿한 무언가를 찾고 계신다면, '최종병기 활'을 다시 한번 꺼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시원하게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관통해 줄 겁니다.
결론
이렇게 2011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세 편의 영화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친구들과의 추억에 웃고 울었던 시간,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스펙터클에 감탄했던 순간, 심장 쫄깃한 추격전에 손에 땀을 쥐었던 기억까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돌이켜보니, 이 영화들은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라 그 시절의 공기, 그 여름의 추억을 함께 담고 있는 타임캡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여름, 무더위에 지칠 때쯤 여러분만의 '2011년 여름'을 추억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꼭 이 영화들이 아니더라도, 그 시절 여러분을 웃고 울게 했던 또 다른 추억의 영화 한 편이 지친 일상에 시원한 활력소가 되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