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나 퇴근길에 정신없을 때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블록버스터, '월드워 Z'입니다. 2013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10년도 더 된 영화지만, 지금 다시 봐도 그 압도적인 스케일과 속도감은 여전히 최고입니다.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거대한 재난 서사시입니다. 이 영화의 숨 가쁜 줄거리부터, 위기 속에서 빛났던 인물들, 그리고 제가 왜 이 영화를 '좀비 영화의 혁신'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까지 소개합니다.
줄거리
평일 아침 8시 30분, 출근길 정체만큼이나 숨 막히는 아수라장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블록버스터, '월드워 Z'입니다. 영화는 전직 UN 조사관이었던 '제리 레인'이 아내, 두 딸과 함께 차를 타고 도시를 나서는, 아주 평범한 아침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순식간에 깨져버립니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단 10여 초 만에 눈에 핏발이 선 좀비로 변해 주변 사람들을 미친 듯이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도시는 생지옥으로 변하고, 제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가까스로 UN의 도움을 받아 해상 군함으로 피신한 제리 가족.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제리는 UN 사무차장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습니다.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대신, 바이러스의 근원지를 찾아 팬데믹을 멈출 임무를 맡아달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 곁에 남고 싶은 마음과, 세상을 구해야만 가족이 살아갈 세상도 존재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그는 결국 임무를 수락하고 위험천만한 여정에 오릅니다. 그의 첫 목적지는 최초 발병 보고가 있었던 대한민국 평택의 미군기지입니다. 그곳에서 '좀비는 소리에 민감하다'는 단서를 얻은 그는, 다음 목적지인 이스라엘로 향합니다. 거대한 장벽 덕분에 예루살렘은 안전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성벽 안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좀비들을 자극하고, 수만 마리의 좀비가 서로를 밟고 거대한 '좀비 탑'을 쌓아 성벽을 넘어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도시가 무너지는 아비규환 속에서 제리는, 좀비들이 유독 병들거나 약한 인간은 그냥 지나치는 것을 목격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떠올립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제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소가 있는 영국 웨일스로 향합니다. 그의 가설은 '좀비들이 건강한 숙주만 노린다면,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인간은 투명인간처럼 위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좀비로 가득 찬 연구소의 B동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치명적인 병원균 샘플을 가져와야 하는, 목숨을 건 도박을 시작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거대한 액션이 아닌, 소리 한번 잘못 내면 끝장인 숨 막히는 잠입과 심리전으로 채워지며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결국 제리는 자신의 몸에 직접 병원균을 주사해 '위장'에 성공하고, 인류가 좀비에게 반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의 길을 열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우리의 전쟁은 이제 시작되었다"는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닌 현실적인 희망을 보여주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등장인물
'월드워 Z'의 아수라장 같은 줄거리를 훑어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드워 Z'는 바로 그런, 혼돈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든든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문제 해결사'의 표본 같은 인물입니다. 전직 UN 최고 조사관답게, 좀비 떼가 몰려오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무엇보다 그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기 이전에, 두 딸을 둔 '아빠'입니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절박함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점에서, 우리 같은 평범한 가장들의 깊은 공감을 삽니다. 정말이지, 위기 상황에 이런 리더 한 명만 있다면 많이 든든할 것 같습니다. 카린 레인(미레일 이노스)은 제리의 아내이자, 혼란 속에서 가정을 지키는 강인한 엄마입니다. 남편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챙기며 버텨내는 그녀의 모습은 제리가 흔들리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제리의 모든 행동의 이유가 되는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세간(다니엘라 케르테스)은 이스라엘 여군 병사입니다. 좀비의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예루살렘에서 제리의 목숨을 구해주고, 이후 그와 함께 여정을 계속하는 멋진 여전사입니다. 팔 한쪽을 잃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고 제리의 곁을 지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흔한 로맨스 대신, 언어와 국적을 초월한 끈끈한 전우애와 신뢰가 흐르는데, 이 점이 영화를 더욱 현실감 있고 멋지게 만듭니다. UN 및 각국의 조력자들도 제리와 함께 영웅입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군인, 과학자, 관료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존재는 이 거대한 재난이 결코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위기'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결국 '월드워 Z'는 브래드 피트라는 슈퍼스타의 활약이 돋보이는 영화이면서도, 동시에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희망을 만들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추천
마지막으로 '월드워 Z'를 왜 꼭 봐야 하는지, 핵심만 딱 짚어드립니다. 첫째, 이건 '좀비물'이 아니라 거대한 '재난 영화'입니다. '월드워 Z'의 좀비는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시체가 아닙니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쓰나미처럼 몰려와 도시를 단숨에 집어삼키는 하나의 거대한 '자연재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웬만한 좀비 영화에 심드렁했던 분들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공포'보다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속도감'이 주는 스릴이 엄청납니다. 둘째, '브래드 피트'가 곧 장르입니다. 만약 이 영화의 주인공이 어리숙한 대학생이었다면, 아마 흔한 생존 공포물로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백전노장 전직 UN 조사관, 브래드 피트입니다. 그는 좀비 앞에서 소리 지르며 도망가는 대신,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빕니다. 덕분에 영화는 신파나 억지 갈등 없이, '거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에 집중하는 아주 스마트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처럼 느껴집니다. 셋째, '좀비 영화 못 보는 사람'도 볼 수 있습니다. 의외로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영화는 불필요한 고어 장면에 집중하는 대신, 위기 상황 그 자체의 긴박감과 서스펜스를 쌓아 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덕분에 평소에 좀비 영화를 무서워했던 제 아내도, 이 영화만큼은 손에 땀을 쥐며 끝까지 함께 봤던 기억이 납니다. 스릴러나 재난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결론적으로 '월드워 Z'는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 잘 만든 재난 스릴러이자 한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멋진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