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과의 통혼 문제
1 이 일 후에 방백들이 내게 나아와 이르되
이스라엘 백성과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이 이 땅 백성들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가나안 사람들과 헷 사람들과 브리스 사람들과 여부스 사람들과 암몬 사람들과 모압 사람들과 애굽 사람들과
아모리 사람들의 가증한 일을 행하여
2 그들의 딸을 맞이하여 아내와 며느리로 삼아 거룩한 자손이 그 지방 사람들과 서로 섞이게 하는데
방백들과 고관들이 이 죄에 더욱 으뜸이 되었다 하는지라
에스라의 탄식
3 내가 이 일을 듣고 속옷과 겉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으며 기가 막혀 앉으니
4 이에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떠는 자가 사로잡혔던 이 사람들의 죄 때문에
다 내게로 모여오더라 내가 저녁 제사 드릴 때까지 기가 막혀 앉았더니
에스라의 회개
5 저녁 제사를 드릴 때에 내가 근심 중에 일어나서 속옷과 겉옷을 찢은 채 무릎을 꿇고 나의 하나님 여호와를 향하여 손을 들고
6 말하기를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감히 나의 하나님을 향하여 얼굴을 들지 못하오니
이는 우리 죄악이 많아 정수리에 넘치고 우리 허물이 커서 하늘에 미침이니이다
은혜의 증거
7 우리 조상들의 때로부터 오늘까지 우리의 죄가 심하매 우리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우리와 우리 왕들과 우리 제사장들을 여러 나라 왕들의 손에 넘기사 칼에 죽으며 사로잡히며 노략을 당하며
얼굴을 부끄럽게 하심이 오늘날과 같으니이다
8 이제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잠시 동안 은혜를 베푸사 얼마를 남겨 두어 피하게 하신
우리를 그 거룩한 처소에 박힌 못과 같게 하시고 우리 하나님이 우리 눈을 밝히사 우리가 종노릇 하는 중에서
조금 소생하게 하셨나이다
에스라 9:1-8: "기막혀 앉았더니" – 거룩함이 무너진 자리에서 드린 부끄러움의 기도
4개월간의 험난한 여정이 끝나고(8장), 학사 에스라는 마침내 예루살렘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을 입어 왕의 전폭적인 지원과 헌신된 동역자들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제 '율법을 가르치겠다'는 거룩한 사명을 시작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현실은, 성전 재건이라는 '하드웨어'보다 더 심각하게 무너져 내린 백성들의 '영적 상태'였습니다.
오늘 9장은 이 끔찍한 현실을 마주한 한 영적 지도자의 절절한 반응과 기도를 보여줍니다.
본문 들여다보기 (에스라 9:1-8)
오늘 본문은 에스라의 사역이 시작되기도 전에 터진 심각한 영적 위기와, 그에 대한 에스라의 반응을 그리고 있습니다.
1. 충격적인 고발: "거룩한 자손이 섞였나이다" (1-2절)
- "이 일 후에": 에스라가 도착하여 모든 임무를 완수한 직후, 방백(지도자)들이 그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고발합니다.
- 죄의 내용: 백성들뿐만 아니라, 영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할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까지도 이방 민족(가나안, 헷, 브리스 등)과 분리되지 않고, 그들의 가증한 일(우상숭배)을 본받아 통혼했다는 것입니다.
- 핵심 문제: 이는 단순한 국제결혼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 족속을 진멸하라고 하신 이유는 그들의 '죄악'과 '우상숭배'가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들은 "거룩한 자손(the holy seed)"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세상과 섞여버렸습니다.
- 지도자들의 앞장선 죄: 더 심각한 것은, "방백들과 고관들이 이 죄에 더욱 으뜸이 되었다" (2절)는 사실입니다.
2. 에스라의 반응: '기막혀' 앉다 (3-4절) 이 말을 들은 에스라의 반응은 격렬했습니다.
- 속옷과 겉옷을 찢었습니다. (극심한 슬픔과 비통의 표현)
- 자기 머리털과 수염을 뜯었습니다. (자신과 공동체를 향한 최고의 수치와 절망의 표현)
- "기막혀 앉았습니다." (Stunned, appalled) 그는 충격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해가 질 무렵인 저녁 제사 시간까지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 함께 떠는 자들: 그때, 이스라엘의 죄악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떠는 자들" (즉, 말씀을 두려워하는 경건한 남은 자들)이 에스라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3.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 에스라의 기도 (5-8절) 저녁 제사 때가 되자, 에스라는 그 근심 중에 일어나 옷을 찢은 채로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향해 두 손을 들고 기도를 시작합니다.
- "내가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그의 기도는 회개와 중보기도의 정수입니다. "저들이"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의 죄악이 많아 정수리에 넘치고 허물이 커서 하늘에 미침이니이다" (6절)라고 고백합니다.
- 역사 인식: 조상들의 죄로 인해 우리가 포로가 되고 칼에 죽으며 오늘날처럼 수치를 당하게 되었다고 역사를 직시합니다. (7절)
- 절망 속의 한 줄기 빛 (8절):
- "그러나 이제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잠깐 은혜를 베푸사"
- "남은 자(remnant)"를 두어 포로 생활에서 벗어나게 하셨습니다.
- "거룩한 처소에 박힌 못(a tent peg)"과 같이 우리에게 안정된 기반을 주셨습니다.
- "우리를 소성하게 하시고(give us new life)" 노예살이 중에도 우리에게 빛을 주셨습니다.
- 그는 이 '잠깐의 은혜'를 붙들고 기도를 이어갑니다.
오늘의 나에게 주시는 말씀
1. 죄에 대해 '기막혀' 하는 마음이 있습니까?
에스라는 백성들의 죄를 듣고 '기막혀' 했습니다. 그는 죄에 대해 둔감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나의 죄, 우리 가정과 공동체의 죄, 이 시대의 죄악에 대해 얼마나 애통해하고 있습니까?
혹시 죄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무감각하게 넘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떠는 자"(4절)가 되어, 죄를 민감하게 느끼고 슬퍼하는 마음을 회복해야 합니다.
2. "거룩한 자손"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있습니까?
그들의 죄의 핵심은 '섞임'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거룩한 자손'이라는 구별된 정체성을 잊고, 세상의 가치관과 타협하며 섞여버린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너희는 거룩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구별됨은 교만이 아니라,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울타리입니다.
나는 세상의 성공과 편안함을 위해 이 거룩한 정체성을 포기하고 세상과 섞여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3. "내가 부끄럽습니다"라는 기도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에스라는 그 죄를 짓지 않았지만, "내가 부끄럽고 낯이 뜨겁다" (6절)고 기도했습니다.
그는 방관자나 심판자로서 "저들이 죄를 지었다"고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공동체의 죄를 자신의 죄로 끌어안고 함께 부끄러워하는 '중보자'였습니다.
가정과 교회의 무너짐 앞에서 남 탓을 멈추고,
"하나님, 제가 부끄럽습니다"라고 기도하는 그 한 사람이 바로 회복의 통로가 됩니다.
4. 절망 중에도 '박힌 못' 같은 은혜를 바라보십시오.
죄악이 하늘까지 닿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에스라는 희망의 근거를 찾아냅니다.
그것은 바로 "잠깐의 은혜"로 "남은 자"를 두시고, "거룩한 처소에 박힌 못"(8절)을 주신 하나님의 긍휼이었습니다.
'못(tent peg)'은 광야에서 텐트를 고정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나님은 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영원하고 견고한 못을 우리에게 박아주셨습니다.
우리가 비록 노예살이처럼 힘든 현실(in our bondage)을 살아가더라도,
이 '박힌 못' 되신 주님을 붙들 때 다시 소성(revive)할 수 있습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거룩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거룩한 자손'이라는 정체성을 잊고 세상과 섞여버린 이스라엘의 모습 속에서 오늘 저희의 모습을 봅니다.
죄에 둔감해진 저희의 마음을 용서하여 주시고, 에스라처럼 죄를 '기막혀' 하며 애통하는 마음,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떠는" 경외하는 마음을 회복시켜 주옵소서.
공동체의 죄악 앞에서 판단자가 아니라 "내가 부끄럽습니다"라고 고백하며 함께 아파하는 중보자가 되게 하소서.
모든 것이 무너진 것 같은 절망 속에서도,
저희를 위해 남겨두신 '남은 자'의 은혜와 '박힌 못'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긍휼을 바라봅니다.
그 은혜를 의지하여 저희의 삶을 다시 소성시켜 주시고, 어둠 속에서도 주님의 빛을 보게 하여 주옵소서.
우리의 영원한 중보자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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